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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Engineering/Engineering 일반

엔지니어의 에피소드 - 첫 해외 출장 1

by eec237 2023.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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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지금까지 전기 일을 해 오면서 겪었던 이야기를 에피소드로 올리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일 전문적이고 머리 복잡한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라 괴로움과 낭만이 섞인 에피소드도 가끔 들으며 머리를 식히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로 풀어놓을 썰은 첫 해외 출장 이야기입니다. 지금도 첫 출장이라면 가슴 두근거릴만한 사건인데 1988년이었을 그때는 얼마나 큰 사건이었겠습니까? 아마도 저희 사무실에 해외 출장을 다녀온 사람이 부서장을 제외하곤 아무도 없을 때였습니다. 해외로 간다는 것 자체가 희귀할 때였죠.

효성중공업에 다닐 땐데 저희 회사가 일본 미쓰이 상사를 통해서 콜롬비아의 보고타시에 초고압 변압기를 공급했었습니다. 저는 그 변압기에 붙는 LCP (Local Control Panel)를 담당했었죠. 근데 이 변압기를  싣고 가던 배가 풍랑에 흔들려 변압기가 미끄러져 저희 LCP도 부서지고 변압기도 손상이 되었습니다.

콜롬비아 전력청에서 저희 LCP 도면을 보는데 보조 릴레이와 스위치 이런 게 국산을 썼는데 영문 카탈로그도 없이 보내졌습니다. 그때 저는 그 변압기가 해외로 수출된다는 것도 몰랐죠. 카탈로그가 붙어있기는 한데 모두 한글 카탈로그였습니다. 영문 카탈로그가 없을 때였습니다.

콜롬비아에서 일본 미쓰이로 미쓰이가 우리에게 연락하여 소통하길 몇 차례.. 제가 한글 카탈로그에 영문 주석을 달아서 보내고 어쩌고 하다가 거기서 저를 불렀습니다. 와서 설명하라고.. 그때 제가 2년차였는데 저보고 가라는 겁니다. 비행기 한번 못 타본 촌놈 보고 거기가 어디라고 미국도 아니고 콜롬비아를 그것도 혼자서.. 😂

여권과 미국비자를 만들고 본사에서 비행기표를 사준다는데.. 콜롬비아 보고타의 숙소는 미쓰이 지사에서 예약해 주고 근데 중간에 미국에서 하루 자야 하는데 아무도 호텔을 예약 안 해주고 할 줄 아는 사람도 없고..

준비도 안됐는데 날짜는 다 돼서 아마도 토요일인가 서울 본사에 와서 티켓과 출장비를 받아서 나오는데 하늘은 왤케 맑은지.. 마음은 답답하고.. 걸어 나오다 서점에 가서 영어회화책 하나 사고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답답합니다. ㅠㅠ 😔

김포공항에 처음 가서 출국 수속 받고 그땐 무슨 병무청에 신고도 해야 했죠. 겨우 어찌해서 비행기를 타고 LA로 가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 우리 비행기는 LA가 아닌 하와이 호놀룰루 공항에 내렸습니다. 사실 기내 방송으로 뭐라 했겠지만 들리지도 않았고 잔다고도 못 들었죠. 알고 보니 그때가 걸프전 시작될 때라 보안상 이유로 모든 비행기가 하와이에 내려서 입국 수속을 받도록 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아침 10시에 LA 도착해야 하는데 오후 6시쯤 도착한 것 같습니다. 처음 온 LA공항에 낮도 아닌 밤에 도착하니 막막했습니다. 😓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 수속을 받고 나왔는데 아뿔싸 잠잘 호텔이 예약이 안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호텔을 알아보려는데 짧은 영어 실력에 물어볼 곳도 없고 안내 데스크 가서 뭐라 물어보는데 대화가 세 번만 넘어가면 긴 문장으로 설명하는데 이해가 안 돼서 탱큐하고 돌아와서 고민하다가 그래도 들은 게 있어서 호텔 버스가 서는 곳(Green park)에 가서 서 있다가 들어본 호텔 이름 Holiday Inn 버스가 와서 그걸 타고 가서 호텔 로비에서 방 있냐고 물어서 다행히 빈방 얻어 무사히 잠을 잤습니다. 매 순간 얼마나 걱정이 되는지 무슨 엄마없이 모르는 곳에 떨어진 아이 같았죠.

호텔 Holiday-Inn LA


미국에서 첫날밤 무사히 잠을 자고 그다음 날의 이야기는 다음 에피소드에서 이야기를 풀겠습니다. 너무 이야기가 길어져 지루하실 것 같아서 여기서 절단신공 발휘하고 가겠습니다.

첫 출장 여정 : 김포 - 호놀루루 - LA - 마이애미 - 콜롬비아 보고타. 1박 2일 코스, 왕복 4일, 출장 업무 3일 총 7일간의 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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