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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Engineering/Engineering 일반

엔지니어의 에피소드 - 웨스팅하우스 연수

by eec237 2023.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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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 아마도 1989년 겨울이었을 겁니다. 그해 추수감사절 Thanksgiving day를 미국의 피츠버그에서 맞이했었으니까요. 효성중공업에 입사하고 1년이 지났을 때 갑자기 원자력발전소 프로젝트팀에 차출되었습니다. 영광에 3,4호기를 짓는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저희 회사도 참여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모여서 한전의 스펙을 공부하고 원자력 용어를 공부했던 기악이 납니다. CLASS 1E가 무엇인지, SSE, EOL 등등 약어의 의미를 배웠습니다. 미국의 NRC 규정도 배우고 지진, 방사능 관련 지식도 배웠죠.

이런 걸 공부하고 저희 회사는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와 기술제휴를 맺습니다. 그 조건 중 하나가 저희가 구매를 한 금액에 따라서 미국에서 연수를 시켜준다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저는 영어를 이 원자력 프로젝트 때문에 배웠습니다. 대학에서 영어를 배우려고 노력은 했지만 늘지 않고 처참한 수준이었죠. 근데 이젠 모든 자료가 다 영어로 되어있고 영어로 메일을 쓰고, 영어로 스펙을 작성하고 또 미국에 출장도 가야 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죠.

사내 개설한 영어강좌에 등록하고 열심히 다니다가 2당쯤 지나 일에 치여 흐지부지될 때쯤 미국으로 출장을 갔습니다. 영어를 버벅대고 그땐 핸드폰 없던 시절이라 전화 한번 하는 것도 쉽지 않았죠.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을 안고 돌아와 다시 학원을 열심히 다니고 이런 과정을 3번쯤 했더니 1년이 지나고 어느 날 제 영어 실력이 늘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전화만 오면 벌벌 떨었는데 이젠 안 떨고 전화를 곧잘 합니다. 메일 한번 쓰면 한글로 쓰고 번역하고 하루 종일 걸렸는데 이젠 바로 영어로 씁니다. 후배와 미국에 출장 가면 잘 아는 척 고개를 떡이면 후배가 존경스러운 눈으로 봅니다.

이렇게 해서 MCC, MCB, SCP 등의 제어반을 영광에 납품하고 시운전을 끝내고 프로젝트가 마무리될 즘 제가 미국 연수를 가게 됩니다. 팀 내에서 아무도 이 연수에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제가 나섰죠. 웨스팅하우스에 연수를 요청했더니 달랑 1준가 2주짜리를 보내와서 재가 항의하고 계약 따라 30일의 워킹데이로 총 45일간의 연수를 미국 피츠버그 웨스팅하우스의 에너지센터로 가게 됩니다.


위의 사진이 그 당시의 웨스팅하우스 에너지센터입니다. 지금은 주인이 바뀌었고 다른 이름으로 부르지만 여전히 멋지네요. 이스트윙과 웨스트윙으로 구분되는데 지하에는 당시에 수퍼컴퓨터 2기가 있었고 4층인가 전체가 도서관에 미국의 원자력 잠수함 리액터를 개발하고 조기 경보기의 레이다를 설계하던 곳이었습니다. 박사급 엔지니어만 천명이 넘는다는 대단한 곳이었죠.

사실 연수는 별게 없었습니다. 내진 해석과 배전반의 내진 설계를 하는 방법 등을 배웠는데 기억도 안 나고 그다음 프로젝트도 없어서 다 잊었습니다. 다만 남부 앨라배마주의 헌츠빌 와일리랩에 가서 실제 배전반의 내진 테스트를 미국 연구원들과 같이 했던 것은 기억에 남습니다.

"Wyle Laboratories in Huntsville under new name after National Technical Systems acquisition"

(여기도 이름이 바뀌었네요. 2014년 뉴스인데)


그때 지역 전화번호부에서 현지 한인 교회를 찾아서 연락해 교회를 나가고 금요일엔 개인 집에서 드리는 구역예배도 가고 추수감사절엔 교회에 모여서 터키도 먹었던 추억이 생각납니다. 추수감사절 휴가 기간에는 저 혼자 나이아가라 폴 시티에 여행 가서 폭포도 보고 크리스마스 축제 분위기의 도시를 구경했었죠.


출장비로 미국 구경하고 웨스팅하우스 엔지니어들과 잉도 해보고 맛있는 것도 먹어보고.. 피츠버그에서  헌츠빌까지 비행기 타고 가다 눈 폭풍 때문에 연착되어 중간에 연결 비행기 놓치고 헤맸던 추억도 챙겼습니다.

원자력프로젝트 합류 2년의 기간이 저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제 영어가 그대로 였다면 플랜트 엔지니어링을 못했겠죠. 영어를 늘게 만든게 가장 좋은 선물이고 미국 출장들과 연수는 보너스였죠. 미국 출장 때문에 자동차 면허도 따야했고 회사에서 시간을 줘서 점심 시간을 포함해 연수를 받았었죠. 젊을땐 회사에서 프로젝트에 들어가면서 받는게 참 많습니다.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고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11월 초부터 12월 중순까지 미국 피츠버그에서 보냈던 젊은 날의 한때가 생생히 기억납니다. 이런 좋은 기회를 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도 주변에 기회가 있는지 눈여겨보시고 자기 것으로 찾아 누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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