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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Engineering/Engineering 일반

엔지니어의 에피소드 - 순간의 선택이 미래를 결정합니다

by eec237 2023.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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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12월쯤으로 기억합니다. 당시에 다니던 효성중공업 전장부에 큰 일거리가 주어졌습니다. 하나는 필리핀의 타워크레인에 들어가는 용량이 큰 발전기 시스템이고 다른 하나는 말레이시아의 발전소 프로젝트의 275kV 변전소 보호계전기반 납품 건이었죠. 당시 과장님이 누가 할지를 두고 회의를 소집 했었습니다. ​

저는 처음엔 필리핀 발전기 쪽을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275kV 변전소의 보호계전기반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275kV면 국내의 345급인데 아무도 경험이 없었고 처음 하는 일이었습니다. 돈키호테적인 성향이 있던 제가 손들었습니다. 해보겠다고요.

그다음 한 해는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초고압 라인이라 엄청 복잡하고 어려웠습니다. 제가 보호계전 시스템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해서 당시 홍콩에 있던 외국 계전기 회사의 박사급 엔지니어가 저희 회사에 와서 저를 일대일로 교육까지 시켰을 정도 압니다.

장거리 송전선 보호용 거리계전기 라는게 있었는데 한대에 당시 가격으로 오천만원이 넘었을 정도입니다. 이 보호계전기반에 적용된 송전선 보호 시스템은 지금까지도 그때 딱 한번 경험해 봤을 정도입니다. Pilot wire protection, Distance Relay, Busbar protection,  Breaker failure protection 등등 정말 처음 접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시스템으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발주처가 영국의 회사였는데 그 영국 회사에 승인을 받으려고 영국 출장도 처음으로 갔었고 3일을 밤샘하며 도면을 완성 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때 저희 회사가 변전소 전체를 수주해서 건물도 짓고 GIS, 변압기도 공급을 했었는데 이런 엔지니어링을 당시의   포스코 엔지니어링에 맡기게 되었습니다. 8월쯤인가 말레이시아 현장에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이 회사의 직원이 서울에서 저를 좀 만나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출장 가는 길에 서울에서 만났는데 그때 저에게 제안을 했습니다. 포스코 E&C라는 회사를 만드는데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제안을 받고 6개월 후에 저는 포스코 E&C로 이직을 하게 됩니다. 제조사에서 엔지니어링 회사로 옮기게 된 거죠. 사실 1993년에 저는 매일 같은 일을 하는 게 지겨워서 회사를 옮겼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혼자 기도하면서 누가 제게 스카웃을 제의하면 그것이 하나님의 뜻으로 알고 옮기겠다는 기도를 했었죠. 그 기도의 응답으로 창원에서 서울로 회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그 후 계속 엔지니어링 업계에서 일을 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발전소 일을 누가 할 것인가라고 물었을 때 과감히 손을 들었던 그 순간 저는 엔지니어링 회사로 옮길 발판을 마련한 것이었습니다. 그 선택이 없었다면 만남도 없었고 이직도 할 수 없었겠죠.

지금도 그 프로젝트의 여러 기억이 생생합니다. 보호계전기반에 들어가는 모든 자재가 거의 처음 보는 것이었고 심지어 단자대도 처음 보는 외국산을 사용하고 도면 작성법도 ABB 사의 방식을 베껴서 처음 해보고 설치한 현장에서 발견된 자재 문제를 해결하려 동분서주했던 기억하며 무슨 힘으로 그 일을 해냈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촤근에 교회에서 배웠습니다. 예수님께서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고 하셨죠.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하라고도 요즘 많이 가르치잖아요. 역발상, 반대쪽에 답이있다. 위기가 곧 기회다 등등.. 아마도 저는 그 때 무의식적으로 이런 선택을 했건 것 같습니다.

그 선택으로 지금의 나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하고 걱정합니다. 한 발자국 내디뎠을 때는 모든 것이 다르게 보입니다. 두려워말고 과감히 한 발자국 내딛는 용기가 필요할 때입니다. 이제 은퇴하고 제2의 인생을 살면서 지금도 새로운 선택들이 내 앞에 있지만 과감히 발자국을 내디뎌보려고 합니다. 하나님의 은총이 이 글을 읽은 모든 분들에게 넘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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