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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Engineering/Engineering 일반

엔지니어의 에피소드 - 회사와 밀당한 이야기

by eec237 2024.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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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다니다 보면 회사의 처우에 불만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불만이 있다고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회사와 대립해야 할 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만 배수진을 쳐야 협상이 가능하다는 것은 다 아시겠죠? 배수진은 사표를 낼 각오죠. 얼마 전 링크드인에서 올라온 에피소드가 있었는데요 대리가 임원하고 계급장 떼고 붙은 이야기였습니다. 임원이 그랬다더군요. 네가 틀리면 회사에서 잘릴 각오를 하라고요. 근데 대리의 말이 맞아서 사표는 안 내도 되었다고 하더군요.

첫 번째는 제가 GS건설에 2005년도에 입사하고 1년이 좀 안 되던 때였습니다. 저는 계약직으로 입사를 했는데 프로젝트 계약직이라서 프로젝트가 끝나기 전에는 계속 자동 연장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계약 갱신에 대한 메일이 왔습니다. 그것을 읽는데 괜히 기분이 나빴습니다. 저는 계약직도 처우만 괜찮으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잘못된 생각이었습니다. 저의 낭만일 뿐이었죠. 현실은 아니더군요.

기분이 나빠서 회사를 옮길까 생각하던 차에 현대엔지니어링에 다니던 지인으로부터 입사 제의가 왔습니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서 면접도 보고 이직을 하기로 마음으로 결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같이 일하던 사람들에게 넌지시 제가 그만둘 것을 이야기했었죠. 그런데 제가 하던 프로젝트의 발주처 파견 상주 엔지니어가 알게 되고 선 회사에 레터를 날렸습니다. 대충 제가 그만두면 안 된다는 내용이었죠. ㅎㅎ 사실 수전 관련 설계나 전력회사 관련 업무 그리고 고압 SWGR까지 제가 다 맡고 있어서 제가 빠지면 문제가 생길 수는 있었지만 이 레터로 인해서 회사가 난리가 났죠.

프로젝트 담당 LE였던 제 선배는 완전히 바짓가랑이 잡고 늘어지기 전략을 썼는데 제가 계약직으로 인해 기분이 상해 있었기 때문에 대안이 없으면 제가 손해 보고 있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이미 옮길 회사도 정해졌고 정규직으로 가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담당 사업부 임원이 저를 불렀습니다. 저에게 회사에서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옮길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는데 실행되면 저를 첫 번째로 추천하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이 약속과 담당 LE였던 선배의 간절한 요청과 옮겨갈 회사가 집에서 더 먼 거리라는 몇 가지 이유가 더해져 저는 회사에 남기로 했었습니다. 얼마 뒤 정규직으로 전환이 되기는 했지만 회사는 일방적으로 경력을 1년 줄여서 계약을 했습니다. 좀 더 꼼꼼하게 따져서 담당 임원과 협상을 했어야 하는데 제 실수였습니다. 회사의 HR은 오직 회사의 이익만 따지는 부서라는 사실을 망각한 실수죠.

두 번째는 이전의 에피소드에서 조금 언급을 하긴 했는데요, 현장에서 죽어라 일해서 정말 어렵게 수전 업무를 마무리하고 휴가를 오려고 했는데 현장 소장이 불러서 치하는 못할망정 저에게 다른 직원이 일 안 하고 개겨서 엉망이 된 파트를 맡으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까. 저는 워낙 이전 업무가 힘들었고 혼자서 정말 죽어라 일했는데 그런 이야기 들으니까 꼭지가 돌았죠. 그래서 휴가를 나오면서 현장 소장을 찾아갔는데 자리에 없어서 책상에다 사표를 올려놓고 휴가를 나왔습니다. ㅎㅎ

현장 소장이 노발대발하고 본사 팀장에게 전화해서 뭐라 했는지 휴가 중에 팀장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팀장님이 저를 달래면서 휴가를 쉬고 나서 바로 복귀하지 말고 싱가포르에서 하는 FAT 검사에 참석해서 일주일을 보내고 본사로 출근하라고 했습니다. 당시 팀장님이 학교 선배였는데 저를 많이 도와줬습니다. 선배의 만류로 마음을 좀 정리하고 다시 회사로 복귀했습니다. 그 현장은 그 일 후에 또 나가서 다른 남은 일들을 마무리하였습니다.

팀장님의 지원으로 그해인지 다음 해인지 기억은 정확하지 않지만 차장에서 2급 부장을 건너뛰고 1급 부장으로 진급을 했습니다. 늦었지만 회사에서 정규직이 되면서 손해 본 것, 현장에 파견 나가서 손해 본 것 등을 모두 만회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자기의 몫은 자기가 챙겨야 한다는 것을 몇 번의 경험을 통해서 손해 보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기가 챙기지 않으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자기가 스스로 챙기면 주변에 자기를 도와줄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떤 관계든 상사와 좋은 관계를 형성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 어필할 때는 당당하게 해야 합니다. 내가 수고하고 노력한 것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 가끔은 배수진을 치고 싸워야 합니다. 다만 시기는 잘 살펴야 하겠죠. 몸값이 높아진 시기를 찾아서 싸워야 합니다. 사람을 자르고 싶을 때 개기면 당연히 나가라고 하겠죠.

보통 설계 엔지니어가 현장에 파견을 나가면 잘하면 B 고과를 받고 아니면 C 고과를 받습니다. B를 초과하는 평가는 보통 현장의 공사나 공무에서 가져가죠. 현장소장이 자기편을 챙기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에 오래 있으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떻게 해야 자기의 평가를 좋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을 해보아야 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일 년에 6개월 이상 현장에 있으면 현장 소장의 고과를 받아야 했기 때문에 현장에서 6개월을 넘기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즉 내가 승진 대상이 된다면 그 해에는 가급적 현장이 아닌 본사의 팀장에게 고과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수 있으면 해야 합니다. 어디서나 노력한 만큼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사람이 사는 세상은 공평하게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시겠죠.

오랜만에 옛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현장에서 고생할 때는 죽을 맛이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오랜만에 회상해 보니 그때가 조금 그립기도 하네요. 지금도 해외 현장에서 독박 고생하시는 모든 엔지니어 분들께 응원을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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